오랜만에 (동네 주민이 된) 친구녀석을 만나 커피 한잔.
최근 우리 집 근처에 있는 고등학교에 취직을 한 관계로 근처에서 자취를 하고 있다고 한다. 덕분에 동네에서 츄리닝 차림으로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사실 나는 동네친구라고 부를만한 관계가 없었다. 초등학교 때는 워낙 친구가 없었고(...) 중학교 때부터는 집에서 좀 떨어진 학교를 다녔기 때문이다. 게다가 교회에서 조차 유난히 내 또래들이 없었고. 그러다보니 동네에서 전화 한통이면 5분 내에 만날 수 있는 그런 친구가...없더라.
(아, 그것 때문이었나? 어쩐지 나에게 동네는 몸만 익숙하고 정서적으로는 익숙치 않았던 것이다.)
오늘 만난 이녀석은 진정한 의미에서 동네친구라고 말하긴 어렵고 직장을 옮기면 또 다른 곳으로 옮겨가겠지만.
그때까지만이라도 좋다.
집으로 향하는 어쩐지 헛헛한 시간에 문득 불러내어 커피한잔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건 꽤 안도감이 생기는 일이다.
오히려 매일 같이 만나거나 속사정을 다 알고 있는 사이가 아니라서 더 편하기도 하고. 이상하지만 그렇다.
동네친구라는게 그렇잖아. 한때 굉장히 친했으나 나이가 들고 삶의 반경이 달라지면서 만남이 소원해지는, 그치만 가끔은 마주치는, 사는 사정을 다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예전같진 못하지만 가장 내츄럴한 모습을 보이게 되는, 그런 묘한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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