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메종 드 히미코 (メゾンドヒミコ: Mezon Do Himiko, 2005)
장르: 드라마
러닝타임: 130분
감독: 이누도 잇신
출연: 오다기리 죠, 시바사키 코우, 다나카 민 etc.
일본판 포스터. 시선처리가 눈에 띈다.
1. 얼마전 효경언니가 나에게 물었다. "메종 드 히미코 봤어?"
그래서 나는아직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무슨 영화인지, 그 유명한 오다기리 죠가
누구인지도 나는 잘 몰랐었다.그러나 뒤이어 "게이 영화인데-"라는 언니의 말을 듣자마자,
뭔진 모르지만 꼭 봐야겠다고 생각했었다. 한때 퀴어영화를 찾아보던 때도 있었지.
...여튼 그래서집에 오자마자다운받아 보았다. 이런 행동력은 참 간만에 나왔다;
2. 줄거리 설명은 네이버 영화소개를 참고하겠다.
오래 전 어머니와 자신을 버리고 떠나버린 게이 아버지를 증오하는 사오리.
경제적으로 어려운 그녀에게 어느 날 젊고 아름다운 청년이 찾아온다. 그는 아버지의 연인
하루히코. 그는 사오리의 아버지 히미코가 암에 걸려 삶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리고,
그녀에게 아버지가 만든 게이들을 위한 실버타운, 메종 드 히미코에 와서 일을 도울 것을
부탁한다. 사오리는 유산을 받을 수 있을 거란 얘기에 매주 한 번씩 그곳에 가기로 한다.
메종 드 히미코에는각각의 개성과 사연을 간직한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 처음에는
아버지에 대한 혐오감으로 거리를 두던 사오리는, 점차 그들의 꾸밈없고 순수한 모습과
그 이면에 숨은 외로움과 고민을 접하게 되면서 조금씩 마음을 열게 된다.
(메종 드 히미코는 불어로써, 히미코의 집이라는 뜻. 역시 불어는 이뻐>_<)
가운데 있는 포스아저씨가 '히미코', 그 옆에 잘생긴 청년이 그의 연인 '하루히코'
그리고 함께 사는 게이 할아버지들. 전체 샷이 없어서 매우 아쉽다.
3. 퀴어영화를 많이 찾아본 이유는, 젊고 잘생긴 오빠들이 많이 나와서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영화, 젊고 잘생긴 오빠는 오직 '하루히코'뿐이고, 나머지는 모두 죽음이 얼마
남지 않은 할아버지들이다. 그것도 멋지고 스타일리쉬한 모습이 아니라, 여자의 모습으로
자신을 분장하고 살았던 사람들이다. 퀴어영화를 많이 봤던 사람도 이질감이 느껴지는거다.
따라서 여주인공인 사오리가 처음 '메종 드 히미코'에 와서 느꼈던 당혹감과 이질감은 더욱
컸을 거라고 짐작된다. 그럴수록자신의 아버지, 히미코에 대한 분노는 더욱 커져갔겠지.
4. 메종 드 히미코에 사는 사람들은 약자이다.
결정적으로 그들은 성적소수자, 즉 사회에서 손가락질 받는 게이이고,
한때는 게이바에서 잘나가는 사람들이었을지라도 지금은 늙어빠진 노인일 뿐이다.
사회에서 가장 약자인 그들은 히미코를 의지하며, 서로를 의지하며 메종 드 히미코에서
함께 살고 있다. 그들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며 살고 있을까?
5. 그들과 함께, (일주일에 한번이지만)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나누며 살아가면서 점차
사오리는 마음을 열게 된다.사오리도 사회에서 '강자'가 아니었다. 그녀도 약자일 뿐이다.
약자가 자신보다 더 약한 사람을 만났을 때, 처음엔 으스댈 수 있을지 몰라도, 결론적으론
자신의 약한 모습이 더욱 잘 보이게 마련이다. 상대에 대한 연민, 동정이 자신에 대한 연민이
되고 그렇게 같은 위치에서 서로를 조금씩 이해하게 되고.
여하튼 그렇게 이야기가 전개되는 가운데 할아버지들의 기분전환을
위해 댄스홀에 가서 함께 춤을 추는 장면은 정말 멋졌다. 사오리가 극중에서 유일하게
예뻐보였던 장면이기도 하고ㅋㅋ.
오다기리 죠, 잘생기긴 했는데- 내 스타일은 아니더라고 ㅎ;
6. 이 댄스파티가 있은 다음, 하루히코와 사오리의 마음은 급격히 가까워지게 되고,
키스- 섹스를 시도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그들의 섹스는 실패한다. 마음은 서로를 원하지만
몸이 서로를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일이 있은 후, 사오리가 아버지 히미코를 이해할 수 있었다고 본다. 히미코가 사오리와
그의 엄마를 떠난 후, 엄마가 죽기까지 그 두사람이 만나지 않았을 것이라 사오리는 믿었다.
그러나 그 이후에 엄마와 아버지가 종종 만나왔음을 알고 사오리는 충격에 빠진다.
그리고 그 사실을 이해할 수 없어했다. 그러나 하루히코와의 일이 있은 후 사오리는 점점
부모님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마음은 서로를 사랑하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는 것뿐이라고.'
7.사회적 약자들, 그리고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 그것을 영화는 보여주었던 것 같다.
World Without Stranger_ 낯선 자들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 이런 세상이 언젠간 오게될까?
8. 마지막에 사오리는 잠시 메종 드 히미코를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다.
아주 강력한 주문이 효력이 있었던 것 같다. 나는 벽에 써있던 그 주문을 보고 가슴 속에
뭔가가 쿵- 하고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그 여운이 계속해서 남는다. (영화를 꼭 보시길!)
메종 드 히미코는,그곳에 살던 사람들, 그들만의 세상이다. 아무도 그곳에서는 그들에게
손가락질 할 수 없다.그러나 사오리가 그곳에 왔다고 해서, 사오리가 그들과 같아지는 건
아니다. 서로 다르지만, 아주 다르지만, 인정하고 이해하기에 메종 드 히미코는 사오리의
집도 될 수 있었다.
같은 질문, 메종 드 히미코에 살던 게이 할아버지들이 그곳을 나와 이 사회에서도 살 수 있는
날이 언젠가는 올까? 오지 않는다면 그것은 무엇때문일까?
9. 편견이라는거, 그리고 옳고 그름이라는거 나는 잘 모르겠다.
글쎄, 게이할아버지들이 잘못된 거라고 말하면 나는 그것에 반박할 말도 없다.
하지만 처음엔 낯설었던 그들이 영화를 다 본 후에는 결코 낯설지 않았다는 거.
오히려 생각하면 즐겁고 다시 한번 보고싶은 사람들이었다는 거. 영화의 내용상 일부로
그렇게 만든 것이긴 하겠지만,이 세상에 사는 모든 낯선 사람들도 마찬가지 아닐까?
...이 세상에 낯선 사람들이 없었으면 좋겠다.
처음엔 시선이 서로 달랐지만, 눈을 마주칠 수 있는 순간이 그들에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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