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인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연애소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우리는 사랑일까>, <키스하기 전에 우리가 하는 말들>
위의 세 소설을 알랭 드 보통의 '사랑과 인간관계 3부작'이라고 한다. 그 중에서도 <우리는 사랑일까>가
최고의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는데, 나머지 두 편을 아직 읽어보지 못해서 비교할 수는 없지만,
굳이 비교하지 않아도 이 책은 확실히 걸작이다.
간단히 말해 앨리스라는 이름의 여자와 에릭이라는 이름의 남자가 만나고 연애하고 이별하기까지의
이야기인데(그렇다고 단순히 연애소설로 보기도 힘들다), 주로 앨리스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앨리스와 에릭의 연애과정이 세상의 모든 연인들과 같을 수는 없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어내려갈수록 자꾸만 '내가 연애할 때의 모습과 그 상황'이 오버랩되는 것은 비단 나 뿐만이
아니었으리라 생각한다. 왜일까? 그만큼 이 책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대한 본질적인 문제를 터치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문제들을 전개, 발전, 결론내리는 과정이 (무지하게) 설득력있고 흥미로우며,
지적인 욕구를 충족시키기까지 한다.
그래서, 과연 사랑일까
이 책이 마음에 들었던 건, 첫째로는 확실히 '내 지식욕을 충족시켜주었기 때문'이다.
수많은 철학자들과 심리학자, 예술가 등의 이론이 소개되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것을 접목시켜
이야기를 전개해나간 작가의 솜씨가 놀라웠기도 하고.
두번째로는 나와 여주인공 앨리스와의 싱크로율이 상당히 높았기 때문이다. 연애를 경험해봤고,
그 과정을 겪으며 (난 원래 생각이 많은 사람이니까) 생각의 스펙트럼을 아주 넓게 펼쳤던 나이기에,
앨리스의 행동과 생각이 마치 내것인 양 다가왔다. 공감하기도 하고, 내 모습을 반성하기도 하고, 웃음을
짓기도 하고, 한숨쉬기도 하면서 그렇게 책을 읽어내려갔다.
아, 그런데 정말 모르겠다. 책은 언제나 그렇듯 생각할 거리를 내게 남긴다. 결국 나는 또 생각한다.
앨리스와 에릭의 사랑, 앨리스의 사랑, 나의 사랑, 내가 했던 사랑, 그리고 내가 앞으로 할 사랑에 대해서.
연애라는 건 인간관계의 아주 대표적인 형태라는 점에서, 연애를 '잘'하면 모든 인간관계에서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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