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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먼 자들의 도시

by Ivyueun 2008. 12. 8.


 오늘 보고왔다. 급히 남겨놔야 할 거 같아서..

인상깊은 영화였다. 뭐랄까..
책을 안봐서 더 스릴있고 재미있었던 것일 수 있으나.
우선 내용을 모르는 상태였기 때문에..
그러나 여튼 연출력 하나는 끝내주는 거 같다.
영상, 음향효과, 아....그 느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원래 있는 이야기를 시각적으로, 청각적으로....
두 감각만을 사용하는 것인데도 오감을 다 사용하는 것처럼.

한시도 심장을 옥죄지 않은 순간이 없었는데,
그렇게 긴장한건 참으로 오랜만이고
스릴넘친다는 표현은 부적절한거 같고 그냥..진짜 가슴을 옥죄어 왔던 느낌이다.


인간의 밑바닥을 본 기분이다.
다크나이트 때도 비슷한 기분이었는데
그것도 역시 인간의 추한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것도 마찬가지였는데. 정말 정말....추했다.
그리고 더 가슴이 욱씬했던 것은, "과연 나는?" 이라는 질문이 던져졌기 때문이다.
나는......그냥 허무함에 치를 떨며 두려워하며 신을 비난하며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었겠지.
나는 아무것도 아닌 인간인 것이다. 나는 정말 추한 것이다. 나는 ....
그리고 인간은 그런 것이다.

결국 모든 자들은 눈멀었다. 이것은 하나의 비유.
인간의 본성은 추하다. 악한곳으로 자꾸 가기 때문이다.
눈이 멀고 나니 그들의 본성이 튀어나온 건 아니고 (그 와중에서도 정신차린 사람이 있었으니까)
모두 생명을 유지하려고 하지만, 그 중에서는 도덕을 지키는 사람도 있고 힘을 남용하는 사람도 있고
여러가지 모습이 공존한다. 지금의 상황과 아주 똑 같다.
결국 인간은 눈먼 자들이다. 영화속 그들은 원래 살던 세상으로부터 멀어졌기에 힘들었던 것이겠지만,
뭐 지금의 우리도 마찬가지 아닌가?

인간은 추하다. 그러나 아름다움을 추구한다.
아름다움은 인간이 회복해야 할 모습이다. 회복.
그렇다. 눈 먼 상태에서 다시 눈을 뜨는 것으로의 회복. 회복이다.
이 세상에 눈 뜬 자가 한 명이라도 있을까?
다 앞 못보는 상황에서 그래도 정신차리고 부여받은 '생명'을 소중히 지키고자 노력하는 사람이 있을까?
있겠지. 세상은 악하지만, 그래도 생명은 소중하다. (기억하라!)
세상이 악하고 싶어서 악한게 아니다. 그들도 눈이 멀고 싶어서 먼게 아니다. 누군가 시킨것도 아니다.
그러나 생명은 소중하고 삶의 명령을 받은 자인 우리들은, 살아야한다. 그것도 잘!
산다는 것은 혼자 사는 것이 아니기에 ...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세상과 함께 산다는 것.
결국 나 혼자 사는 것은 사는게 아니다.


영화의 장면들 중 기억나는 것은..
창녀처럼 끌려갔던 여인들 중 하나가 죽었을 때 다른 여자들이 그 시체를 닦는 모습.
마치.....여신들의 의식을 보는 듯 했다.
그리고..자유를 얻어 나왔는데 비를 맞았던 모습. 해방감을 느끼고...
무언가를 '느꼈'다는 것. 옆에 있는 자를 안을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는 것 또한.
무언지 모르겠지만 울컥한 느낌.
그리고....주인공이 슈퍼마켓 지하에 내려갔을 때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소리만 나던 장면..정말 잘 표현했다 ㅠㅠ
마지막으로 일본남자가 눈뜨는 장면. 아, 그때 영화속 사람들이 그랬던 것처럼 나도 희망을 보았다.
아! 보인다. "I can see you!!!!!" 정말 그 순간의 감동은.......

아, 그리고 성당에서 눈이 가려져 있던 성인들, 성모, 그리고 예수.
악한 세상에서는 신도 눈이 멀었다고 사람들이 생각할 것이다.
자기들이 보지 못하니까. 당연히 신도 보지 못할 것이라고.
그리고 왜 이렇게 만들었냐고 신을 원망하겠지. 딱 지금의 우리 모습이다....
아, 난 정말 신을 모르겠다. 신학을 열심히 공부해야하는데 말이지....

힘든 영화였다. 보기가..
그렇지만 이렇게 전율이 흐르는 영화도 참 오랜만이다.
음악이...특히...마치 가끔은 원시시대의 제사를 보는 듯 했는데.
이상하게 장엄한 모습이어서...

설명하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