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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 수업 / 헨리 나우웬

by Ivyueun 2009. 10. 3.

 나는 마음이 참 딱딱한 사람이어서 교회에서나 학교에서 '영성'이라는 말을 들으면 알러지 반응을 먼저 일으키곤 했다. 사실 그럴법도 한 것이 '영성이 좋다'고 평가되는 기준이 찬양집회에 열심히 참여하고, 찬양할 때 방방 뛰거나 혹은 눈물을 펑펑 쏟거나, 사람들 공부하는 도서관 앞에서 통성으로 기도하는 것 정도....였다는 것을 기억한다면 내가 '영성'이라는 단어를 그닥 탐탁지 않게 받아들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사실 영성이라는 것은 그런 모양으로 판단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잖는가. 

 각설하고 이러니저러니 해도 사실 나는 요즈음 나의 '영성'이 참으로 밑바닥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어려운 상황이 닥칠 때마다 나의 반응을 가만히 살펴보니 도무지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어두운 면이 보이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그런 내 모습을 감추며 살아왔건만 이제는 그럴 수 있는 밑천도 바닥난 것이다. 위기였다. 하느님을 만나야만 했다. 그동안 내가 신학교에서 하고자 했던 작업은, 어릴 적 만났던 하느님을 내 이성을 사용하여 정직하게 믿고자 했던, 머리로 하는 일이었다. 그런데 너무 오랫동안 머리로 하느님에 '대한' 지식을 쌓아올리고자 했던거지. 이제는 하느님을 '직접' 만나야만 했다. 그래서 집어든 책이 헨리 나우웬의 [영성 수업]_ (결국 하고싶은 말은 이거임'-';) 대체 영성을 깊게 하기 위해선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싶어서 무작정 읽기 시작했다. 



 책은 영성 수업을 위하여 세 가지 훈련을 제시한다. 첫째는 마음의 훈련, 둘째는 책의 훈련, 셋째는 교회 내지 신앙 공동체의 훈련이다. 책에 대한 내 느낌을 말하기 보다는 나에게 특히 인상깊었던 문장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Chapter 1.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라"
모든 의문은 삶으로 살아내야 한다. 실존의 어려운 의문들을 던지고 삶으로 겪어냈던 욥처럼.
의문을 품는 삶을 외면하지 말라. 혀끝에 최종 해답이 없어도 걱정하지 말라.
삶의 의미를 찾으려는 노력이 안겨주는 고통 = 성장통.
의문을 품고 살려면 우선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일기를 쓰라. 읽고 있는 성경말씀, 기도생활, 영성 지도자에게서 경험한 것, 개인적 묵상 등.

영적 훈련들이란 우리 마음속에 있는 하나님의 형상을 보기 시작하는 기술이고 기법들이다.
모든 지도자는 사실 드러나는 예술작품에 환호하고 경탄하는 구경꾼이다.
그런데 하나님의 형상으로 빚어지려면 순종하는 경청으로 옮겨가려는 씨름이 있어야 한다.

당신이 사랑받는 자녀라는 사실을 주장하기 바란다.
궁극적인 영적 유혹은 우리 자신에 대한 이 근본 진리를 회의하고 그 밖의 다른 정체들을 믿게 하려는 것이다.
당신은 당신이 하는 일이나 남들이 당신에 대하여 하는 말이나 당신이 소유한 것이 아니다.
우리를 무익하고 사랑받지 못할 존재라고 부르는 소리들을 우리가 믿게 되면, 성공과 인기와 권세가 어느새 매력 있는 해답으로 다가온다.
부모, 스승, 배우자, 자녀, 친구가 우리를 사랑하거나 우리에게 상처를 입히기 오래 전부터 우리는 친밀한 사랑을 받았다.
"네가 어디에 있든지 나도 거기 있을 것이다. 아무것도 우리를 갈라놓을 수 없다. 우리는 하나다."
사랑받는 자라는 정체야말로 성령의 삶의 기원이자 완성이다.
사랑받는 자라는 진리를 주장하는 순간 우리는 그 정체다워져야 할 소명에 마주서게 된다.
사랑받는 자가 되어간다는 것은 내 모든 언행심사에 내가 사랑받는 자라는 진리가 배어들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는 기도의 꾸준한 실천이 요구된다.
날마다 몇 분이라도 기도하며 하나님의 크신 사랑을 묵상하라.

예수님의 마음을 닮아, 사랑하라.


Chapter 2. 책 속에서 하나님을 보라
기도의 훈련. 첫째로 하나님께 부르짖는다. 둘째로 끊임없이 대화한다. 셋째로 경청한다.
기도 훈련에서는 일정한 시간, 특별한 장소, 단일한 초점을 떼어놓는 것이 중요하다.
기도란 주로, 하나님과 함께하는 '무익한' 시간이다. 기도의 열매는 하나님의 소관이다.
중요한 것은 기도에 성실히 임하는 것이다.

"너희는 가만히 있어 내가 하나님됨을 알지어다. 현존하라. 지금 있으라. 여기 있으라"
"두려워 말라. 내니라."

하나님의 말씀을 듣는 네 가지 방식 >> 
살아 계신 말씀을 명상 기도를 통하여 마음속으로 듣는다.
기록된 말씀을 렉티오 디비나의 실천을 통해 열린 마음으로 읽는다.
당신이 하는 말들이 잔잔한 침묵과 겸손한 마음에서 태어나게 한다.
하나님의 말씀으로 느껴지는 것을 기록한다.


Chapter 3. 공동체 안에서 이웃을 보라.
밤의 기도, 아침의 공동체, 오후의 사역.
공동체는 고독과 고독이 만나는 것이다.
공동체 생활에서 용서, 축하를 꾸준히 사용해야 한다.
용서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우리는 서로가 하나님이 아닌 것을 용서해야 한다.
하나님의 한 반사체인 상대를 축하해야 한다.

사역이란 그냥 되는 것이다.
하나님과 다른 사람들을 향한 당신의 사랑히 흘러넘치는 것이 곧 사역이다.
사역은 덤이다.
사역이란 본래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로 하는 것이다.
사역이란 다른 사람들의 선물을 알아보고 받는 감사와, 긍휼의 마음을 필요로 한다.



다 읽고 나니까 사실 해야 할 것은 너무나 간단하다.
사랑받는 자의 기도하기, 동일한 시간과 장소에서 꾸준히 기도하기, 렉시오디비나와 침묵기도로 큐티하기.
이미 다 알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질문이 들 수도 있겠으나, 알면서도 하지 못하고 있던 부분이었고.
그리고, 무엇보다 이 책에 기록된 헨리 나우웬의 사랑이 담긴 글이 나를 회복시켰다.

역시, Methodist의 전통을 회복해야겠다.
영성 수업은 훈련을 필요로 한다. 규칙적인 훈련이 나를 강하게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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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은 2009년 9월. 그리고 10월 초에 책을 덮었다. 책 앞머리에는
"주의 음성을 듣는 전문가가 되기 위하여. 우울증으로 시달리던 2009.09에." 라고 썼다. Flead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