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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방향 (2011) - 참 이상하고도 특별한 일이란 없는걸까

by Ivyueun 2011. 11. 26.

북촌방향 (2011) 
감독 홍상수
출연 유준상 김상중 송선미 등



  내 스타일이 아닐거라고 예상했음에도 왜 난 이 영화를 기다렸을까.
홍상수 감독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저 그런 남의 인생사 괜히 지켜보는 느낌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공감이 되는 것도 아니고, 말초신경이 자극되는 것도 아니다. 눈물이 나는 것도 아니고 웃음이 나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현실이 딱 그 정도의 느낌이다. 그래, 너무 현실과 닮았다. 현실을 풍자하지도 극단적으로 드러내지도 않는다. 이상을 제시하지도 스타일을 추구하지도 않는다. 주인공들은 너무 현실적이어서 찌질해보이기까지 한다. 인물들이 술을 마시며 대화 나누며 몸을 나누는 배경은 눈이 펑펑 내리는 밤인데 낭만적으로 보이지조차 않는다.  근데 난 이 영화 왜 봤지?



이유가 있나. 그냥 보고싶어서 봤지. 위에 나열한 이유들은 내가 홍상수 감독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이유일 뿐이지  (그리고 그와 대비되는 극단적인 색채에 자극적인 캐릭터에 스타일이 뚜렷한 영화를 '특별히 좋아하는' 이유일 뿐이지),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싫어한다는 소리는 아니다. 가끔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물반찬이 먹고 싶어질 때가 있는 것처럼 그렇게 가끔 그의 영화가 생각난다. 

주인공 성준 (유준상)이 이 영화에서 하는 일은 특별하지 않다. 술-만남-섹스-이별, 그것의 반복. 반복, 반복, 반복이다. 반복된다는 것을 영화는 보여줌으로써 그 행위들을 우스꽝스럽게 만든다. 위에 언급했던 '낭만적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그런 의미이다. 특별할 것이 없다. 상황에 속하여져 있는 인물들은 그것을 특별하다 여길지 몰라도 말이다. 그것은 반복되는 일의 하나일 뿐이다. 이런 주제는 등장인물들의 대화에서도 나타난다. 성준은 술자리에서 자신만의 '우연론'을 전개한다. 즉 무언가 우연처럼 보이는 일은 사실 특별한 것이 아니며 그것에 의미를 부여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성준과 여배우와의 만남도, 보람(송선미)이 경험한 '20분 내에 영화 관련인물을 3명이나 만나는 이상한 일'도, 관상을 보면 모두 들어맞는 것 같은 신기한 경우도 다 그런것이다.

 

어쩌면 사람들은 자신의 욕구에 충실하게 살아가며 계속 반복, 반복하면서 그 와중에 의미를 부여하려고 애쓰는 것일지도. 
왜 그러는걸까? 
정말 특별할 건 없는건가? 


덧. 영화를 보다가 가장 강렬하게 느낀 감정은 '키스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나도 본능에 충실한 인간인지라 별수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