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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 인간 (2010, Of Gods and Men) - 새의 발판이 되는 나무로

by Ivyueun 2012. 12. 21.

신과 인간 (2010, Of Gods and Men)

 

 

1996년 알제리의 한 수도원에서 벌어진 일을 다룬 영화다. 이곳에서는 7명의 수사와 1명의 의사가 살고 있다. 이들은 하나님에게 '기도'하고, 마을 사람들과 '함께 사는 것'을 자신들의 사명으로 여기며 살아간다. 마을 사람들 중 병원갈 돈이 없는 이들을 고쳐주고, 신발이 다 낡아 떨어진 사람에게는 신발을 주며, 노동을 같이 하고, 고민이 있는 소녀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도 한다. 참으로 광범위한 사역이다. 

이들은 가톨릭 수사이고 마을사람들은 이슬람 신자이지만 종교와 관계없이 그들은 함께 살아간다. 그렇다고 수사들이 마을 사람들에게 종교를 은근히 전파하려 하는가? 그것은 또 아니다. 종교적 교리를 전파하기보다는 종교적 신념에 따라, 즉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따라 살아가고자 하는 것이다. 


이런 그들의 삶에 문제가 생긴다. 이슬람 과격파에 의한 테러사건이 발생하고, 수사들도 언제 그 테러의 대상이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된다. 위험하니 이곳을 떠나라는 압력을 받으며 수사들은 갈등하기 시작한다. 몇몇은 떠나고 싶다고 이야기하고, 몇몇은 사역이 끝나지 않았으니 떠날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물론 입장을 정리할 수 없다는 사람도 있고. 쉽게 결론이 나지 않는다. 하여 이전처럼 그들의 삶은 이어진다.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일상의 삶에서 얻어지는 경우가 많다. 회의에서 얻을 수 없었던 해답을 아마 그들은 일상을 살아가면서 얻었던 것이겠지. 그리고 삶을 함께 나누었던 마을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그 답을 확신할 수 있었으리라. 마을을 떠날지도 모른다고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니, 마을 사람들은 떠나는 이유를 묻는다. 한 수사는 대답한다. "새가 어디로 날라갈지 모르는 것처럼, 떠나는 것도 이유는 없죠." 마을 사람은 대꾸한다. "우리가 새고, 당신들은 나무죠. 나무가 없다면 새는 발판을 잃는거죠." 수사는 그때 깨달았다. 자신들은 새가 아니라 나무였다는 것을.


마을 사람들을 나무 잃은 새로 만들 수 없었기에 그들은 마을에 남는 것을 선택한다. 




바울의 말이 생각난다. 

"마음 같아서는 이 세상을 떠나서 그리스도와 함께 살고 싶습니다. 또 그 편이 훨씬 낫겠습니다.

그러나 여러분을 위해서는 내가 이 세상에 더 살아 있어야 하겠습니다.(빌립보서1:23-24/공동번역)"

하나님 앞에서는 '새'이지만, 사람들 곁에서는 '나무'인 자들. 바울이 그랬고, 제자들이 그랬고, 예언자들이 그랬고, 토머스 머튼이 그랬고, 많은 하나님의 사람들이 그러했지. 그렇다면 나는 무엇인가?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모임'에서 정식으로 일을 시작하기 얼마 전에 이 영화를 보았다. 기독운동이 무엇인지, 사회선교가 무엇인지 나름 고민하고 있던 때였다. 그리고 이 영화는 나에게 선택을 하라고 종용하는 것 같았다. 하여 나는, 나무로 굳건히 서있기를 다짐하고.....끝까지 흔들리지 않도록 기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