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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리의 도시락 (2012, Stanley Ka Dabba) - 우리, 밥 같이 먹자!

by Ivyueun 2012. 7. 20.

스탠리의 도시락 (2012, Stanley Ka Dabba)

우리나라에 개봉이 된 영화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혹 한국의 현실을 꼬집기 위해 만든 영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영화다. 그만큼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이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는 한국과는 지리상으로나 정서상으로나 너무나 먼 곳에 위치한 '인도'영화다.

영화의 주인공 스탠리는 집에 부모님이 계시지 않아 학교에 도시락을 싸오지 못하는 아이이다. 점심때가 되면 다른 아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도시락을 먹는데, 그때마다 스탠리는 복도에 나가 물로 배를 채우거나 학교밖을 배회하다가 들어오는 것이다.
그러나 스탠리는 학급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았다. 친구들은 그가 혼자 밥을 먹지 않는 것을 보고 의아하게 여겼고 왜 도시락을 싸오지 않느냐고 묻는다. 스탠리는 엄마가 멀리 가있기 때문에 당분간 도시락을 싸올 수 없다고 말한다. 그것이 진실이든 아니든 친구들은 스탠리에게 엄마가 돌아오실 때까지 자기들의 도시락을 함께 먹자고 제안한다.



그런데 이 아이들의 밥상을 방해하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베르마 선생이다. 그는 식탐이 남들보다 뛰어났으므로 수업시간 중에도 음식 냄새가 나면 참지 못하고 교무실로 달려가 음식을 먹어야만 만족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음식 앞에서는 체면도 이성도 사라지는 그였으므로 동료 교사의 도시락을 훔쳐먹는 것으로 모자라 아이들의 점심 도시락에도 욕심을 부린다.
이런 베르마 선생에게 스탠리는 눈엣가시같은 존재다. 스탠리는 도시락을 싸오지도 않으면서 아이들의 도시락을 함께 먹음으로 자신이 먹어야 할 몫을 축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스탠리에게 인신공격성 발언도 서슴치 않는다. 스탠리의 친구들은 그런 베르마 선생을 피해다니면서 스탠리와 함께 점심 도시락을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찾지만 몇 일 못가 베르마 선생에게 발각되고, 분노에 찬 선생은 급기야 스탠리에게 "쥐새끼 같은 놈"이라면서, "도시락을 싸오지 않을거면 학교에도 나오지 말라"고 엄포를 놓는다.


어디 인도에만 이런 결식아동이 있겠는가? 우리나라에도 돈을 내지 못해 급식을 못 먹고, 도시락을 싸오지 못하는 아이들이 허다하다. 아무리 돈으로 살 수 없는 것까지 사고파는 자본주의 시대라지만 그것이 아이들의 점심 한끼마저 규정하도록 놔둬서 되겠는가? 이것을 본능적으로 아는 아이들은 자신들의 도시락을 친구를 향해 내놓을 수 있다.
언제나 문제는 나이만 먹은 어른이다. 왜 아이들의 점심 한끼의 문제로 자신들의 밥그릇이 타격을 입을 거라고 생각하는가? 이것은 지난 2011년 8월에 있었던 서울시의 무상급식 논란을 떠올리게 한다. 도시락을 싸오지 않은 스탠리가 자신이 먹어야 할 밥을 먹어버린다고 생각한 베르마 선생과, 무상급식과 자신들의 정치적 색깔을 연결시키는 자들이 다를게 뭔가? 이런 자들은 결국 분노에 찬 한 마디를 내뱉을 뿐이다. "나의 배를 채우게 할 능력이 안되는 놈들은 꺼져버려" 라고.

본질로 돌아가자. 어차피 사람은 함께 사는 것이고, 밥은 함께 먹을 때 가장 맛있는 법이다. 나누는 것이 아름다운 것이지 남의 것을 빼앗는 것이 미덕이 아니다. 무상급식 정책에 정치적 논리가 개입되는 것을 보고 참으로 씁쓸했다. 아이들의 밥을 두고 자기의 뱃때기 불리는 것에만 관심하는 어리석은 자들에게 이 영화를 꼭 보여주고 싶다.



무상급식 얘기가 나와서 좀 무거워졌는데; 영화 자체는 무겁지 않고 러닝타임도 요즘 영화답지 않게 90분 정도이니 부담없이 볼만하다. 단지 영화를 구할 길이 좁다는 것이 함정.ㅎ_ㅎ


덧. 이 영화의 감독은 바로 베르마 선생이라는 사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