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왕 조지6세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King's Speech'
조지6세는 누구인가. 올해로 즉위 60주년을 맞은 엘리자베스2세 여왕의 아버지, 조지5세의 아들, 왕위계승서열 2순위였으나 형의 로맨스로 인해 왕위에 오른 사나이, 말더듬이, 그러나 그의 연설은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그의 아버지 조지5세는 왕으로서는 처음으로 라디오 연설을 시작한 것으로 유명하다. 지금이야 여왕이 TV에도 나오고, 신문에도 사진이 대문짝만하게 실리는 것이 일상화되었지만 그 당시만해도 왕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다는 것이 엄청난 의미를 가진 일이었다. 왕족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언론매체에 자신들이 노출되어야 하는 현실이 썩 유쾌하지는 않았을테지만 말이다.(영화에 그러한 대사가 나옴)
어쨌든, 그런 변화된 상황으로 인해 왕자의 신분이었던 알버트(훗날 조지6세)도 라디오 연설을 해야하는 의무를 갖게 된 것이다. 말더듬이 사내가 전국에 송출되는 라디오 연설이라니, 생각만해도 심장 떨리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자신의 의무를 내팽개칠 수 없었던 그는 말더듬는 자신의 버릇을 고치고자 노력한다. 물론 쉽지 않은 시간들을 보낸 것으로 영화는 묘사한다. 그러나 마침내 언어치료사인 라이널을 만나 무수한 노력을 통하여 그의 말더듬는 버릇을 고치게 된다. 그리고 그는 왕위에 오르고, 수많은 연설을 해내고, 2차대전이라는 어려운 시기에 영국의 왕으로써 그 역할을 해냈다. 그는 지금까지 영국민들의 사랑을 받는 왕으로 꼽힌다.
알버트의 언어치료사였던 라이널의 치료방법은 이전의 치료사들과는 달랐는데, 그것은 말을 더듬는 외적 상태에 집중한 것이 아니라 환자의 내면상태에서부터 시작한 것이다. 말을 더듬는 것은 구강구조의 문제가 아니라 심리적 문제라는 것을 간파했기에 가능한 치료법이었다. 라이널이 알버트의 내면을 자극하고, 알버트는 그에 맞닥들여 저항하기도 하고 받아들이기도 하고. 이러한 과정의 반복으로 치료는 이루어진다. (영화 줄거리의 대부분이 이런 과정임)
자기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은 얼마나 큰 용기를 필요로 하는가. 대낮에 신도림역에서 발가벗고 돌아다니는 것보다 더 큰 용기를 필요로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매우 고통스러운 일이기 때문이고, 다른 사람에게서 느끼는 수치심보다 자기 자신으로부터 느끼는 수치심이 결코 작지 않기 때문이다. 내면을 정직하게 바라보면 무언가 바뀔 것이라는 것은 짐작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기란 쉽지 않다. 알버트가 조지6세가 되어 영국의 사랑받는 왕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왕이 되고 나서 대단히 큰 업적을 남겼기 때문이 아니라, 그 자신과 맞닥들일 수 있는 용기를 낼 수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토록 큰 용기를 낼 수 있는 사람이었기에 영국이라는 한 나라 앞에서도 용기를 낼 수 있었겠지.
결국 돌고돌아 '나 자신'이다. 이것 외에 내가 집중할 수 있는게 무엇이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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