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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8일(수) / 마5:17-20 "율법의 알맹이"

by Ivyueun 2015. 2. 25.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 하는 "성서묵상" - 2월 18일(수)                        


★ 본문 : 마태복음 5:17-20(새번역)


17  "내가 율법이나 예언자들의 말을 폐하러 온 줄로 생각하지 말아라. 폐하러 온 것이 아니라 완성하러 왔다. 18  내가 진정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천지가 없어지기 전에는 율법은 일점 일획도 없어지지 않고 다 이루어질 것이다. 19  누구든지 이 계명 가운데 가장 작은 것 하나라도 폐지하고 사람들을 그렇게 가르치는 사람은, 하늘 나라에서 가장 작은 사람이라고 일컬음을 받을 것이요, 또 누구든지 이 계명을 지키며 가르치는 사람은, 하늘 나라에서 큰 사람이라고 일컬음을 받을 것이다. 20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의 의로운 행실이 율법학자들과 바리새파 사람들의 의로운 행실보다 낫지 않으면, 너희는 하늘 나라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 



★ 묵상 "율법의 알맹이"


어제 나눈 본문을 보면 예수께서는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다, 빛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에서 기독교인을 두고 세상의 소금과 빛과 같은 존재라고 말하는 사람은 찾기 어렵습니다. 아니, 교인들 스스로도 그런 자각을 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기독교인이라고 하는 정체성은 ‘세상’ 가운데에서 ‘소금과 빛’으로 드러나야 하건만, 대다수의 교인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교회’에 소속된 ‘(구원받은) 특별한 인간’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훌륭한 기독교인의 기준을 ‘얼마나 도덕적으로 변했는지, 율법을 성실히 지켰는지’에 두고 판단하곤 합니다. 


하나님의 뜻을 헤아리려 하지 않고, 율법과 교리를 문자대로 받아들이기 시작하면서 이러한 오류가 생겨납니다. 무엇이든지 만들어진 본래 뜻을 늘 상기시키지 않으면 그 의미는 사라지고 형식만 남기 마련입니다. 껍데기만 남은 율법은 위험하고, 그 율법만을 붙드는 종교는 파괴적이기까지 합니다. 인간으로 하여금 껍데기에 갇혀 도덕적 자기만족에 머물게 하고, 심지어 타인과 나를 구분하여 우월감에 빠지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자기 자신과 타인 모두를 파괴하는 것입니다. 예수께서 바리새인들을 비판한 이유이자, 작금의 그리스도인들이 세상의 모순을 등한시하고 자기 자신의 도덕적 삶만 중요하게 여기며 살아가는 근거입니다.


그렇다면 율법에 제대로 알맹이(하나님의 뜻)가 들어차면 어떤 모습일까요. 예수께서 껍데기만 남은 율법에 알맹이를 알알이 채워 넣어 완성시키려 했을 때 사람들은 그를 ‘율법폐지론자’로 보았습니다. 그만큼 알맹이 빠진 율법이란 그 모양이 크게 망가져 있었던 것입니다. 예수는 “나는 율법을 폐하러 온 것이 아니라, 완성하러 온 것”이라는 것을 분명히 하면서, 이어지는 구절(21-48절)에서 다섯 가지 예를 들어가며 제 모습을 회복한 율법이 어떤 모습일지 알려주십니다. 그 요점은 ‘도덕적 행위를 하는가, 율법적 명제를 지키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생명을 북돋는 선택과 행동을 하고 있느냐가 하나님의 관심사’라는 것입니다. 


예수께서는 이제 그 완성된 율법을 따라 살아가기를 우리에게 요청합니다. 생명과 사랑이라는 하나님의 뜻을 헤아리며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 때 비로소 나와 다른 타인을 정죄하고 구분하고 공격하는 파괴적인 습성과, 피조물이 신음하는 세상의 아픔을 도외시하는 무감각에서 벗어나게 될 것입니다. 그제야 ‘너희는 세상의 소금과 빛’이라던 예수님의 말씀이 민망하지 않게 되겠지요.



★ 오늘의 기도                                                                                     


이 땅 곳곳에 생존권과 주거권을 박탈당하고 거리로 내몰린 우리의 이웃들이 있습니다. 주거생존권을 되찾기 위해 거리에서 싸우고 있는 순화동 주민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2008년, 순화동 주민들은 자본의 개발논리에 의해 폭력적으로 내쫓겼습니다. 그 곳에 사람이 있다고 외쳤으나 돌아온 것은 죽음이었습니다. 생명의 하나님, 삶을 위해 투쟁하는 그들의 울부짖는 목소리를 들으시고 보호해주소서. 하나님의 뜻을 무시하고 돈을 신봉하는 저들의 생각과 마음을 돌이켜주소서. 이웃의 아픔의 무감각한 자칭 그리스도인들이 껍데기를 벗고 하나님의 뜻을 좇아 생명을 살리는 일에 헌신하도록 인도하소서. 예수님의 이름 힘입어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