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하면,
몸이 뜨거워질까?
그렇다면 난 사랑을 하고싶다.
몇해 전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을 했는데, 그건 나에게 큰 상실감으로 다가왔다.
상실감. 처음에는 '사랑'을 잃었기 때문에 느껴지는 상실감이라고 생각했다.
얼마지나지 않아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비록 헤어졌지만 사랑은 남아있었다. 상실감은 다른 것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것은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이 이제 없다는 것. 필요할 때면 언제나 내게 '사랑한다'고 말해주던 사람이 이제 사라졌다는 사실이었다. 사랑받고 싶은데 나는 어디에 가서 사랑을 받아야 하나? 내 주위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마음속으로 물었다. "왜 나를 사랑하지 않아?" 머지않아 난 내가 애정결핍에 걸려있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조금 흐르자, 상실감의 원인을 또 다른 곳에서도 발견할 수 있었다.
'내가 사랑할 대상이 사라진' 것에 대한 상실감이었다. 나는 누구를 사랑해야 하나? 아니, 무엇을 사랑해야 하나?
조금 더 쉬운 말로 하면, 나는 이제 무엇에 관심을 쏟아야 하지?
사랑, 관심, 열정.
한 번 사랑을 잃고나니 식어버린 몸이 도무지 다시 뜨거워지질 않는다.
나름대로 열심히, 그리고 바쁘게 살아가고 있긴 하지만, 나는 안다. 몸이 뜨겁질 않다는 것을.
뭐, 아주 차가운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뜨겁지도 않고, 아주 밍밍하다. 미지근하다. 정말 재미없다. 맛없다.
사랑을 하고 싶다. 그런데 이조차도 간절하지가 않다.
정말 식어버렸나 보다. 어쩜 이렇게 무기력할수 있지? 무심코 눈을 돌려 옆의 책장을 보니 한 권의 책이 눈에 띈다.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아, 유명한 시집이었지. 그 제목처럼 사랑이란 게 내 의지대로 되는거라면 내가 이렇게 무기력하진 않지. 대체 왜 나는 사랑이 쉽지 않은 거냐고.
써놓고 보니 별 쓸데 없는 거 가지고 고민하고 있네. 밤이라 센티해져서 그런가. 젠장, 사랑이라는 주제가 너무 어려워서 그래. 직접 하면 쉬운건데 생각하려니 왜이리 어려운지. 사랑.사랑.사랑.사랑. 에잇. 다 집어치우자.
어찌되었건 간에, 가끔은 몸살에 걸렸으면 한다.
가끔 열이 나길 바랄 때도 있다. 그렇게 해서라도 뜨거워질 수 있다면 좋겠다.
- The Ed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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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일상잡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