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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0일(수) / 마 17:1-13 "산에서 내려올 때에"

by Ivyueun 2015. 5. 20.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 하는 "성서묵상" - 5월 20일(수)

http://gonan.or.kr/xe/gonan_cell_bible



★ 본문 : 마태복음 17:1-13 (새번역)


1 그리고 엿새 뒤에, 예수께서는 베드로와 야고보와 그의 동생 요한을 따로 데리고서 높은 산에 올라가셨다. 2 그런데 그들이 보는 앞에서 그의 모습이 변하였다. 그의 얼굴은 해와 같이 빛나고, 옷은 빛과 같이 희게 되었다. 3 그리고 모세와 엘리야가 그들에게 나타나더니, 예수와 더불어 말을 나누었다. 4 그 때에 베드로가 예수께 말하였다. "선생님, 우리가 여기에 있는 것이 좋습니다. 원하시면, 제가 여기에다가 초막을 셋 지어서, 하나에는 선생님을, 하나에는 모세를, 하나에는 엘리야를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5 베드로가 아직도 말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빛나는 구름이 그들을 뒤덮었다. 그리고 구름 속에서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다. 나는 그를 좋아한다.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 하는 소리가 들려 왔다.  6 제자들은 이 말을 듣고서, 얼굴을 땅에 대고 엎드렸으며, 몹시 두려워하였다. 7 예수께서 가까이 오셔서, 그들에게 손을 대시고 말씀하셨다. "일어나거라. 두려워하지 말아라." 8 그들이 눈을 들어서 보니, 예수 밖에는 아무도 없었다. 9 그들이 산에서 내려올 때에, 예수께서 그들에게 명하셨다. "인자가 죽은 사람들 가운데서 살아날 때까지는, 그 광경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아라." 10 제자들이 예수께 물었다. "그런데 율법학자들은 어찌하여 엘리야가 먼저 와야 한다고 합니까?" 11 예수께서 대답하셨다. "확실히, 엘리야가 와서, 모든 것을 회복시킬 것이다. 12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엘리야는 이미 왔다. 그러나 사람들이 그를 알지 못하고, 그를 함부로 대하였다. 인자도 이와 같이, 그들에게 고난을 받을 것이다." 13 그제서야 비로소 제자들은, 예수께서 세례자 요한을 두고 하신 말씀인 줄을 깨달았다. 



★ 묵상 "산에서 내려올 때에"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자신이 고난 받고 죽임 당할 것을 알리신 후의 일입니다. 절대로 그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외치는 베드로에게 호통을 치고, 이제부터 자신을 따라오려거든 ‘목숨을 걸라’고 말씀하시는 예수의 모습(마16:22-25)을 보며 제자들은 당황했을지도 모릅니다. 이후 예수 공동체 안에는 어색한 침묵이 흘렀겠지요. 서로의 눈을 마주하는 것도, 식사를 함께하는 것도 어색했을 것이고, 왁자지껄한 수다도 끊겼을 것입니다. 예수께서 자신이 가야할 길이 ‘죽음의 길’이라고 말하는 것은 그 자체로 고통스러웠을 것이며 제자들은 절망과 번민을 반복했을 것입니다. 그렇게 엿새가 흘렀습니다. 아직 무거운 공기가 그들을 내리누르고 있던 그 때에, 예수께서는 세 명의 제자를 데리고 산으로 올라갔습니다. 마태복음 기자는 굳이 ‘높은 산’이라고 표현한 그 산에 말이죠.


높은 산에 오르는 이유는 단 하나, 하나님을 만나기 위함입니다. 예수님은 자신의 변화된 모습을 ‘짠’하고 제자들에게 보여줄 목적으로 산을 오른 것이 아니라, 그 자신도 무거운 마음을 떨쳐낼 수 없었기에, 하나님을 의지하며 그 산을 오릅니다. 그리고 그 순간 예수는 빛으로 변화되고, 제자들은 그 빛을 목격합니다. 그것은 앞으로 가야 할 길이 고난과 죽음의 길이라는 사실로 인해 어둠 속에서 헤어 나올 수 없었던 그들에게, 반드시 ‘부활과 승리의 빛’이 도래할 것이라는 하나님의 뜻이 선포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 빛은 참으로 달콤하고 황홀하여 그것이 환상일지라도 마냥 머물고 싶어지는 것입니다. 제자들의 눈앞에는 빛나게 변모한 예수님이, 그리고 민중이 그렇게도 기다리던 메시아의 상징인 모세와 엘리야가 나타났으니, 산 밑으로 내려가고 싶지 않은 것이 당연했습니다. 산 밑에 내려가면 목숨을 내놓고 고난의 길을 걸어야 할 것이 자명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다시 제자들에게 다가가 말씀하십니다. 이제 일어나라고, 두려워하지 말라고, 산 밑으로 내려가자고. 


산에서 내려올 때에, 예수님은 다시 우리가 걸어가야 할 길이 고난의 길이라는 것을 상기시킵니다. 어둠은 빛을 이기지 못하고, 거짓은 진실을 이기지 못하고, 죽음은 부활을 이기지 못한다는 것을 하나님께서는 분명하게 보여주셨지만, 어쨌든 우리가 지금 걸어가야 할 길은 고통이고 아픔이고 슬픔이고 괴로움의 길이라는 사실입니다. 모든 것에는 때가 있어, 우리가 그 고난과 아픔의 길을 오롯이 걸어가고 난 후에야 비로소 진정한 빛 가운데 거할 때가 도래할 것입니다. 여전히 그 빛의 황홀함에 취해 어둠과 고통을 외면하고 싶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지만, 예수님의 말씀을 기억합시다. 


‘두려워하지 말아라, 일어나라, 이제 산에서 내려갈 때가 되었다.’ 



★ 오늘의 기도


주님께서 걸어가신 길은 화려하고 안락한 탄탄대로가 아니라 모두에게 외면당하고 손가락질 당하는 고난의 길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지금 이 땅에서 소외된 자들과 함께하는 길이 예수가 걸어가신 길이며 오늘날 우리가 가야 할 길입니다. 사람들은 쉽게 아픔과 고통을 외면하며 자신들의 삶은 그들과 다르다고 분리하려 합니다. 최근 각 대학에서 청소,경비 노동자들의 투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기독교 정신으로 세워졌다는 한 대학에서는 학생대표들이 노동자들의 플랜카드를 일방적으로 철거하는 사건도 벌어졌습니다. 미관상 좋지 않다는 이유였습니다. 예수님이 걸어가시던 모습도 사람들이 보기에 심히 좋지 않았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예수를 따르겠습니다. 포기하지 않게 도와주십시오. 약함이 도리어 강하게 되고 쓰러진 사람들이 일어나 삶을 살아가게 하는 성령의 일하심을 믿으며, 예수님 이름을 힘입어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