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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30일(토) / 마 19:1-12 "사람을 버리려는 자들에게

by Ivyueun 2015. 5. 30.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 하는 "성서묵상" - 5월 30일(토)

http://gonan.or.kr/xe/gonan_cell_bible



★ 본문 : 마태복음 19:1-12 (새번역)


1 예수께서 이 말씀을 마치시고, 갈릴리를 떠나서, 요단 강 건너편 유대 지방으로 가셨다. 2 많은 무리가 예수를 따라왔다. 예수께서는 거기서 그들을 고쳐 주셨다. 3 바리새파 사람들이 예수께 다가와서, 그를 시험하려고 물었다. "무엇이든지 이유만 있으면, 남편이 아내를 버려도 됩니까?" 4 예수께서 대답하셨다. "사람을 창조하신 분이 처음부터 그들을 남자와 여자로 지으셨다는 것과, 5 그리고 그가 말씀하시기를 '그러므로 남자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떠나서, 자기 아내와 합하여서 둘이 한 몸이 될 것이다' 하신 것을, 너희는 아직 읽어보지 못하였느냐? 6  그러므로 그들은 이제 둘이 아니라 한 몸이다. 하나님이 짝지어 주신 것을 사람이 갈라놓아서는 안 된다." 7 그들이 예수께 말하였다. "그러면, 어찌하여 모세는, 이혼 증서를 써 주고 아내를 버리라고 명령하였습니까?" 8 예수께서 대답하셨다. "모세는 너희의 마음이 완악하기 때문에 아내를 버리는 것을 허락하여 준 것이지, 본래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9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음행한 까닭이 아닌데도 아내를 버리고 다른 여자에게 장가 드는 사람은, 누구나 간음하는 것이다." 10 제자들이 예수께 말하였다. "남편과 아내 사이가 그러하다면, 차라리 장가 들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11  예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누구나 다 이 말을 받아들이지는 못한다. 다만, 타고난 사람들만이 받아들인다. 12 모태로부터 그렇게 태어난 고자도 있고, 사람이 고자로 만들어서 된 고자도 있고, 또 하늘 나라 때문에 스스로 고자가 된 사람도 있다. 이 말을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은 받아들여라."  



★ 묵상  "사람을 버리려는 자들에게"


이 본문을 들어, ‘예수는 이혼을 부정하다 여겼다’, ‘예수는 독신의 삶을 더 가치 있게 여겼다’, ‘예수는 남성과 여성의 결혼만을 인정했다’ 등의 주장이 나오곤 합니다. 그러나 이 본문이 바리새파 사람과 예수 사이의 ‘대화’이며, 이 대화를 먼저 시작한 바리새파 사람들에게는 ‘숨은 의도’가 있음을 인지해야 합니다. 그 맥락을 통해 읽을 때에만 예수께서 진정으로 말씀하고자 하신 의도를 제대로 읽을 수 있습니다.  


마태복음 기자는 바리새파 사람들의 의도를 이렇게 밝힙니다. ‘그를 시험하려고’(3절) 다가왔다는 것입니다. 남편이 아내를 어떤 이유에든지 버려선 안 된다고 말하면 모세의 율법과 어긋나는 것이고, 버려도 된다고 하면 그것을 빌미로 예수를 공격하려고 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주의 깊게 봐야 할 것은, 바리새인들의 질문 속에는 버리는 주체와 버려지는 객체가 전제되어 있으며, 주체는 공히 남성이라는 사실입니다.


예수는 남편이 아내를 버릴 수 있다, 혹은 없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남성에게 부여된 그러한 권한을 부인하며, 다른 차원 즉 ‘두 존재의 하나됨’의 신비를 이야기합니다. 이것은 비단 부부관계에만 국한되는 이야기는 아닐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다른 존재와 관계를 맺으며 살아갑니다. 그 관계 속에서 힘을 가진 누군가는 쉽게 타존재를 배척하거나 품을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생각하곤 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분명히 창조주의 뜻이 아닙니다. 


모세가 이혼 증서를 써주라고 했던 것도, 아내를 자기 소유로 생각하고 함부로 버리고 취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파렴치한 자들로부터 여성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망이었습니다. 이것을 예수께서 모르지 않았기에 모세의 율법에 대해서 ‘너희의 마음이 완악하기 때문’(8절)이라고 분명히 말씀하십니다. 본래 법은 사회에서 소외되고 자신의 목소리를 제대로 낼 수 없었던 사람들의 권리를, 완악한 자들로부터 지키기 위해 ‘최소한의 안전망’으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사람들은 이 본래 뜻을 외면한 채, 오히려 법이 힘 있는 자들의 권리를 지켜주는 수단으로 활용하려고 합니다. 


‘이유만 충분하다면 남편이 아내를 버려도 된다고 율법에 나와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저들은 율법의 본 뜻을 외면하고, 자신들에게 사람을 버릴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믿으며, 그 잘못된 행동을 법과 신앙의 이름으로 합리화하려고 합니다.


사람을 버리려는 자들에게, 예수께서 말씀하십니다. 누구에게도 그러한 권한은 없다고, 창조의 본 뜻은 각 존재가 서로 관계를 맺으며 그것을 통해 하나가 되어 하나님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라고. 우리는 이 본문의 본 뜻을 깊이 묵상해야 할 것입니다. 



★ 오늘의 기도 


하나님, 우리 사회의 법은 그 본질을 잃고 오용되고 있습니다. 법은 소외되고 약한 자들의 목소리를 지키는 것이 되어야 하는데, 오히려 그들의 소리를 억누르고 짓밟는 도구가 되고 있습니다. 생명을 향해 총을 들 수 없다는 이유로, 전쟁의 도구가 될 수 없다는 이유로, 그러한 양심으로 병역거부를 결심한 자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의 법은 그들을 ‘범죄자’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다수의 사회 구성원들은 그들을 배척하고 우리 사회의 일원이 아니라고 쉽게 말합니다. 다수라는 이유로, 힘을 좀 더 가졌다는 이유로 다른 존재를 버리거나 배척할 권한은 그 누구에게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시고 서로의 목소리를 존중하며 함께 살아가는 길을 택하도록 인도 해주십시오.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